
새벽 CCTV 속 낯선 얼굴들
무인매장을 운영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가 “밤에 이상한 사람 안 와요?“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꽤 옵니다. 얼마 전엔 새벽 2시쯤 여학생 두 명이 들어와서 커피 한 잔씩 뽑고는 구석 테이블에 앉아 계속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늦게까지 노는 학생들인가 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매장 정리하러 갔더니 테이블 위에 과자 봉지, 컵, 이런저런 짐들이 그대로 널려 있었습니다. CCTV를 돌려보니 거의 밤을 새운 거였습니다.
다행히 물건을 부수거나 훔쳐가진 않았지만, 의자를 붙여서 눕고 자고, 화장실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고, 아침 되니 그냥 훌쩍 나가버렸습니다.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딱히 범죄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중고생으로 보이는 그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해서, 며칠 CCTV만 더 확인하는 걸로 마무리했습니다.
매일 오는 단골, 그런데 좀 다른 이유로
반대로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꼭 오는 여성분이 한 분 계십니다. 커피 한 잔을 뽑아놓고 콘센트 있는 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얌전히 밤을 새우고는 가십니다. 처음엔 그냥 어쩌다가 한번 시간 때우러 오시나 했는데, 몇 번 마주치다 보니 사정이 좀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집에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낮 동안 갈 곳이 없으신 분들이 무인매장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매출로 보면 커피 한 잔에 몇 시간을 앉아 계시니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딱히 다른 손님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계시다 가시니 그냥 두고 있습니다. 무인매장이라는 공간이 어떤 사람들에겐 그냥 잠깐이라도 마음 편히 있을 곳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요즘은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좀 편하게 먹으려 합니다.

그래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
물론 다 좋게만 넘길 수는 없습니다. 자리를 너무 오래 차지해서 다른 손님이 앉을 곳이 없거나,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경우는 다르게 대응합니다. 스피커로 안내 방송을 하거나, 정말 심하면 근처에 있을 때 직접 가서 말을 겁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번진 적은 없지만, CCTV는 항상 켜두고 녹화 기간도 최대한 길게 설정해뒀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장치니까요.
무인매장을 하면서 느끼는 건, 결국 이 공간을 이용하는 것도 다 사람이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매장 안에 그대로 쌓인다는 겁니다. 매출표로만 보면 안 보이는 그런 순간들이, 사실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