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 머신, 싸게 들인 게 시작이었다
매장을 하나 더 늘리면서 커피머신을 급하게 구해야 했습니다. 새 제품 살 여력은 안 됐고, 마침 중고로 나온 메일빈 M400을 들이게 됐어요. 상태도 나쁘지 않아 보였고, 가격도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설치하고 한두 주 지나면서부터였어요. "커피가 안 나와요"라는 알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원두가 떨어졌나 싶어서 가봤는데, 원두는 충분했습니다. 대신 커피 나오는 구멍 쪽, 브루맥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커피가루가 떡처럼 굳어서 막혀 있더라고요.
몇 주간 출동, 그리고 임시방편의 한계
처음 몇 번은 그냥 브루맥을 열어서 청소해주면 됐습니다. 굳은 가루를 긁어내고 물로 씻어서 다시 끼우면 다시 잘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게 며칠 지나면 또 반복되는 겁니다. 심할 땐 3~4일마다 전화가 왔어요.
연락이 오면 하던 일 멈추고 달려가야 했습니다. 매장이 좀 떨어져 있어서 왕복만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날도 있었고요. 청소해서 며칠은 괜찮은가 싶다가 또 막히니, 이게 근본적인 문제구나 싶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분쇄하는 입자가 균일하지 않게 나오고 있었어요. 너무 곱게 갈린 가루가 섞여서 브루맥 통로에 쌓이기 쉬운 상태였던 거죠. 중고로 들어온 물건이라 그라인더 칼날도 이미 많이 닳아 있었던 게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교체, 그리고 배운 것
계속 임시방편으로 버티느니 제대로 손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라인더와 브루맥을 통째로 교체하기로 했고, 부품비와 작업비 합쳐서 몇십만 원이 들었습니다. 처음 머신을 싸게 산 걸 생각하면 결국 비슷한 금액을 다시 쓴 셈이라 마음이 좀 복잡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교체 후에는 신기하게 문제가 딱 사라졌습니다. 몇 주 동안 시달리던 알림도 잠잠해졌고요. 이 일을 겪으면서 중고 장비를 들일 때는 겉모습보다 소모성 부품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특히 그라인더 칼날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더라고요.
지금은 정기적으로 브루맥 상태를 체크하는 루틴을 만들어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미리 청소하고 있습니다. 무인매장이라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만큼, 이런 작은 점검 습관이 결국 큰 지출을 막아준다는 걸 다시 배운 계기였어요.